기술적 분석. 절대적인 도구일까여?
기술적 분석이란게 도데체 뭐고 그 목적이 뭔가여? 도데체 왜 모든 개투들이 이에 목매달고 있을까여?
모든 차트는 동일한 방법으로 해석될 수 있을까여? 달리 말하면 금 차트나 원유 차트나 삼성전자 차트나 선물 차트나, 일봉 차트나 주봉 차트나 분봉 차트 모두 똑같이 해석해도 무방할까여?
오늘 저녁에는 이런 야그를 조금 해볼까 합니다.
여러분이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자동차 속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래프로 그린다면 그게 아마 차트랑 똑같은 모습일 겁니다. 액셀을 살짝 밟았다 뗐다를 반복하는 동안 속도봉은 파동을 그릴 거고 아마 쌍바닥, 쌍봉 이런거도 나올겁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죠.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 많죠? 비만 클리닉 같은데 가면 올 때마다 체중을 기록합니다. 그 체중의 기록을 그래프로 그린다면 그게 또 차트랑 아주 붕어빵입니다. 고공권을 달리던 체중이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열심히 하면 아마 머리 어깨형 패턴이 나올 수도 있고, 하락추세 중에 가끔씩 본능을 주체하지 못해서 폭식을 하는 날에는 중간 중간 반등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자, 이런 상황에서 어떤 차트 고수가 등장합니다.
이 차트 고수는 자동차 운전수와 다이어트 중인 여자한테 말합니다.
(자동차 운전수에게) "어이, 당신 속도 차트를 보니까 지금 5분 이평선 지지를 받으면서 쌍바닥을 만들었어! 속도가 많이 올라가겠네!"
(다이어트 중인 여자에게) "쯔쯔, 당신, 열심히 다이어트 중이긴 한데, 체중이 박스권에서 머물다가 위로 돌파를 했어. 아마 한동안 체중이 계속 불어날거야."
이 말을 듣고 반발심을 느낀 운전수가 감속을 해버리거나, 다이어트 중인 여자가 열받아서 단식을 시작하면 그 차트 고수 예측은 모조리 틀린 야그가 될 겁니다.
아, 가격 차트는 이런 차트와 틀리다구여? 그건 수급의 원리라는 아주 특별한 원리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가격 차트만이 기술적 분석의 대상이 된다구여? 그러면 경제 지표 차트는 기술적 분석이 통하지 않겠군여?
여러분. 차트 분석 기법이 처음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아시는지?
차트 분석이란 결국 시계열 분석(TIME SERIES ANALYSIS)의 일종입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확률함수에 의해 결정되는 변수를 쭉 늘어뜨려 놓은 것은 시계열이라 하는데 이런 시계열이 펼쳐지는 과정은 크게 보면 매 순간 독립 시행이 이루어지는 베르누이 과정(BERNOUILLI PROCESS)과 이전 상태에 따라 그 다음 상태가 확률적으로 영향을 받는 마르코프 과정(MARKOV PROCESS), 대략 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용어는 깡그리 잊어버려도 됩니다.
중요한 건 랜덤 워크 추종자들은 주가의 흐름이 베르누이 과정(혹은 연속 시계열로 본다면 푸아송 과정)이라고 본다는 거고, 기술적 분석가들은 마르코프 과정이라 본다는 겁니다.
대체로 많은 연구들이 주가는 베르누이 과정임을 지지하고 있고, 간혹 주가 흐름이 제한적 마르코프 과정이라는 야그가 나오고 있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은 그저 변동성이 특정한 구간에 밀집되는 변동성 군집(VOLATILITY CLUSTERING)이 일어난다는 정도죠.
개투 여러분들이 이렇게 머리 좋은 박사님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배울 수 있는걸 뭘까여? 야, 너 헛소리 하지 마라! 이렇게 반발하는 걸까여?
쉽게 다시 풀어써보겠습니다.
1) 주가는 결정론적 과정(DETERMINISTIC PROCESS)이 아니라 확률적 과정(PROBABILITISTIC PROCESS)이다. 달리 말하면 과거의 차트는 미래의 차트를 결정하지 않는다라는 겁니다.
2) 주가 변동성은 몰려다닌다. 예를 들어 작년 대폭락장처럼 급락과 급등이 미친 듯이 일어나는 구간은 띄엄 띄엄 있는게 아니라 한꺼번에 닥친다는 거죠.
더 한 마디로 축약하자면 기술적 분석은 시계열에 대한 통계적 분석이라는 겁니다.
주가는 평균과 표준편차를 가지고 있고 이러한 접근에서 나온 것이 이동평균이니 볼린저 밴드니 하는 것들이죠.
이러한 통계적 기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채 통계적 도구를 가지고 결정론적인 예측을 하는 사람들은 잘못된 접근을 하고 있는 거죠.
결국 차트를 접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의 차트 그 자체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시세 결정 요인으로서의 차트'가 아닌 '다양한 기본적 요인을 반영하는 도구로서의 차트'로 생각하는 겁니다. 주가의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만 그 이유가 차트는 아닙니다. 어떤 거대자본이 '아, 차트가 이쁘네. 당장 투자하자'하지는 않습니다. 그랬다가는 윗대가리한테 맞아 죽을 겁니다.
다만 차트는 과거의 추세를 보여주고 이러한 추세 결정 요인(그게 뭔지는 알 수 없지만)이 당분간 지속될지도 모른다는 예측과, 과열과 침체의 여부, 과거 역사를 통해 보았을 때 이러한 추세 패턴이 어떠한 시대적 상황, 경제적 근간 등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고 이를 현재 상황에 투영하여 통계적인 예측을 하는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대체로 맞는 통계적 예측 중 하나는 거대한 거래량이 터지면 시세가 어느 쪽이든 움직인다는 건데, 이러한 예측은 과거 데이터를 통해 높은 확률로 검증이 됩니다. 그리고 거래량이 터지면서 변동성이 커지면 변동성 군집 현상 때문에 한동안 변동성 확대 국면이 나타날 것이다라고 예측하는 것은 상당히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추세란 어떻게 말하면 평균의 반복적 갱신 과정이라고 볼 수 있으며 상승 추세 중에서도 한번씩 생뚱 맞게 크게 하락하는 날이 있을 수 있고 하락 추세 중에서도 그 반대 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자연 속의 데이터는 평균을 중심으로 일정한 표준편차를 보이니까요. 이러한 극단적 가격에서 거래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동평균과 같은 통계적 도구를 사용하게 됩니다.
다시 처음의 운전수 예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자동차의 속도 차트를 보고 이상하게 시속 80km만 되면 그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것을 보고 그 부근에서 속도가 저항을 받는다라는 표현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아마도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차가 시속 80km 이상으로 달리지 못하는 걸겁니다. 국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앞에 차가 삘삘거리면서 80km이상 안 달리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운전사의 성격 상 과속을 싫어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차트를 보는 사람이 속도가 시속 80km에 다다르면 다시 떨어질 것이다라고 베팅하는 것은 과거 데이터를 통해 보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떤 절대적인 법칙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만약 운전수가 어느 순간 고속도로로 나가게 되면 갑자기 시속 140km까지 밟아버릴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그러나 개투들은 차 자체를 보지는 못하고 차트만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운전수의 성향에 대한 보고서, 교통 정보나 뉴스 같은 것 정도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도로 위에서 달리는 차 그 자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세력 뿐입니다. 그게 바로 개투의 한계죠.
차트를 보고 차후 시장이나 종목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마치 자동차 속도를 과거의 차트를 보고 예측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우리는 과거에 속도가 80km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인가가 자동차로 하여금 그 속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합리적입니다. 또 자동차 속도가 지그재그로 올라가기 때문에 운전수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속도를 올리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아주 합리적입니다. 차트 분석을 이런 방식으로 한다면 정답입니다. 그러나 만일 차트 상에 어떤 패턴이 나왔다고 하여 앞으로 속도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이냐느니 하는 건 결정론적 사고의 오류를 범하는 겁니다.
모든 개투들은 눈먼 장님 코끼리 만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뉴스, 재무제표, 그리고 차트라는 공개된 정보뿐입니다. 그건 눈먼 장님이 코끼리를 만짐으로써 얻을 수 있는 정보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개투들은 그러한 촉감을 바탕으로 코끼리가 어케 생겼고 먼짓을 하고 있는지 열심히 유추해볼 따름입니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갑자기 눈을 떠서 코끼리 그 자체의 모습을 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보면 모든 개투들의 태생적 한계인 겁니다.
이 한계를 얼마나 철저하게 인정하고 베팅에 임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시장 속에서의 수명이 결정되고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결정되는 겁니다. 차트를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그 본질과 한계를 이해하고 이용하라는 것이고, 자기 자신의 오류 가능성을 언제나 인정함으로써 과신에 빠지거나 몰빵함으로써 일시에 시장으로부터 퇴출되는 상황을 면하라는 것입니다.
결정론적 사고에서 확률론적인 사고로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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